6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기어이 '1.1cm'를 관철시킨 삼성이었지만 첼시와 스폰서십을 맺을 때에도 이와 같은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만 했다.
지난 2005년 첼시는 이전까지 자신들의 유니폼 스폰서를 맡고 있던 에미레이트 항공과 결별, 새로운 스폰서를 물색하고 있었다. 올림픽 등에서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을 벌이고 있던 삼성은 즉각 첼시와의 접촉을 시도했고 첼시 측에서도 이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며 협상은 순주롭게 마무리 되는 것 같았다.
헌데, 첼시의 팬 포럼을 비롯한 영국 현지 언론에서 "첼시가 삼성이 아닌 노키아와 계약을 맺으려 한다"는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삼성으로서는 자연스레 긴장할 수 밖에 없었고, 이런 루머가 어느 정도 사실이었던지 첼시의 구단 관계자들은 이런 삼성을 슬금슬금 피해다녔다고. 결국, 삼성전자 송성원 구주총괄 상무가 첼시의 단장인 피터 캐년의 사무실 앞까지 직접 찾아가 만남을 시도했다. 첼시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무실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피터 캐년 단장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을 만날 방도가 없었다. 이대로 첼시와의 계약이 날아가는 것인가, 하는 한숨 섞인 걱정이 쏟아졌다.
그런데 며칠 후 피터 캐년 단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계약을 하자는 것이다. 삼성이 마침내 노키아를 제치고 첼시의 스폰서가 되는 순간이었다. 훗날 첼시의 기술이사인 유진 테넨바움은 "피터 캐년 단장이 첼시에 더 어울리는 파트너는 삼성, 이라면서 막판 한 표를 던졌다"라며 삼성과 노키아의 치열했던 스폰서 전쟁의 뒷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스폰서 계약 체결 후 스탬포드 브릿지를 찾은 삼성 이건희 회장. 그 옆으로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피터 캐년 단장, 브루스 벅 회장이 있다.
이후, 삼성은 본격적인 프리미엄 마케팅에 나섰다.
유니폼을 비롯한 첼시의 홈구장인 스탬포드 브릿지가 바로 삼성의 광고판이었고,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평균 4만이 넘는 관중들이 가슴에 'Samsung Mobile'이라는 문구가 박힌 첼시의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며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광고판'을 자청했다. 더군다나 스탬포드 브릿지 인근의 킹스로드와 풀럼로드는 고급스러운 번화가와 유명 쇼핑몰이 밀집한 지역이었으니 삼성으로서는 더없이 완벽한 조건의 '스폰서'를 얻은 셈이었던 것이다. 결국, 삼성은 그해 노키아를 밀어내고 영국 내 휴대전화 만족도 1위에 올라섰다. 지난 2005년 첼시와의 스폰서 계약을 놓고 노키아와 막판까지 경합했던 삼성으로서는 그야말로 두 배의 기쁨을 느꼈을 터였다.
삼성은 '대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기간에 TV 전파를 탄 블루블랙 WCDMA폰인 SGH-Z400의 광고가 마케팅 분야에서 그 권위를 인정 받고 있는 <Campaign>지로부터 '금주의 광고상'을 받은 것이다. 당시의 광고에서는 첼시의 조 콜, 페트르 체흐 등이 출연하여 Z400의 특징인 선명한 화상통화와 휴대전화의 슬림함을 강조, 시청자들의 Z400에 대한 호기심을 잘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삼성은 그해 영국 내에서 약 500만대의 휴대전화 판매고를 달성했다.
더군다나, 삼성은 지난 2007년 '스포츠 업계의 오스카'라고 불리우는 <Sport Industry Award>에서도 최고 스폰서십팀 부문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를 비롯한 고위층 인사들과 1천여 명이 넘는 스포츠 각계의 인사들이 참석해 첼시의 스폰서로서의 삼성을 지켜보았고, 삼성은 이 자리에서 영국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기업이나 단체가 아닌 개인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사상 최초)과 함께 단상에 올라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자신들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냈다. 삼성의 첼시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그런 첼시와 삼성이 이제는 프리미어리그를 뛰어넘어 UEFA 챔피언스리그 정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럽 최고의 팀만이 나설 수 있는 그 자리에 같은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리버풀과 맞붙게 된 것이다. 이제는 전세계 수억 명에 이르는 축구팬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거나 TV를 통해 첼시의 경기를 지켜보게 될 것이고, 삼성 역시 선수들의 유니폼 한가운데 박힌 'SAMSUNG Mobile'이라는 문구를 통해 세계 정상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첼시와 삼성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야말로 첼시를 통한 삼성의 도전, 그 2막이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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