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킥 한 번, 세트플레이 한 번, 크로스 한 번, 그리고 슛 한 번에도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경기였다. 약체 예맨을 상대로 '중동의 복병'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1-0 승리를 이끌어낸 올림픽 대표팀에게는 엄청나게 미안한 말이지만 경기가 너무도 재미없어 중간에 채널을 몇 번 돌렸다는 사실을 밝혀야겠다. 혹자는 아직 젋은 선수들이기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말로 그들을 감싸려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젋은이들 특유의 거칠고 패기 넘치는 플레이 따위조차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후반들어 득점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입에서는 '차라리 무승부가 더 낫지 않나. 그럼 다음 경기서라도 죽어라 뛸텐데.'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물론, 답답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에 대한 욕도 실컷 내뱉었다. 옆에서 여자친구가 너무 그러지 말라고 면박을 줬을 정도로 말이다.

조금만 더 달려가면 골라인 넘어가기 직전의 공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조금만 더 열심히 움직였다면 다른 선수들이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었을텐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중동의 복병'이라느니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 '사막의 거친 모래바람', '홈텃세' 등의 핑계로 약하디 약한 팀을 브라질이나 이탈리아 정도 되는 강팀으로 둔갑시켜 경기를 치룰 것인가 새삼스레 궁금해진다.

제 몸이 아웃라인 바깥으로 내팽개쳐지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죽어라 달려가 공을 살려내 원정팀 관중들에게조차 박수를 이끌어냈던 오늘 새벽 레딩전에 나섰던 박지성의 플레이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박지성이라면, 그리고 그가 뛰고 있는 EPL이라면, 최소한 오늘과 같은 미지근한 태도로 경기에 임하지는 않았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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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4rdo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잤습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새벽에 보는데도 ..
    전혀 졸리지 않지만..
    전 오늘 경기를 보면서 잤습니다;;

    2007/03/01 01:13
    • BlogIcon EPL  수정/삭제

      얼마나 재미가 없었으면 축구를 보다 잠이 드셨는지 대충 상상이 갑니다. :) 저도 물론 졸립고 지루했지만 후반들어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에 참고 버텼는데 크게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는 않더라구요.

      평소에도 내키면 K리그 경기도 직접 가서 관람하고 오는데 오늘은 정말 한국축구에 정떨어지는 날인 것 같습니다. ^^;

      2007/03/01 01:17
  2. BlogIcon iris2000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소 투박하지만 역동성이 살아있던 지난날의 한국 축구가 그립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도 저도 아닌 상당히 어정쩡한 모습을 시종일관 반복하다 보니 참 답답한 경기였습니다.. 오히려 0:0으로 끝난 AC밀란의 팔레르모 원정경기가 더 재미있더군요;;

    2007/03/01 01:33
    • BlogIcon EPL  수정/삭제

      그렇게 말씀하시니 김도훈, 최용수, 서정원, 황선홍 선수가 뛰었던 예전 경기들이 떠오르네요. 김도훈 선수가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막판에 넘어지며 날린 슛이 들어갔을땐 진짜 행복했었는데 말입니다.

      오늘은 멋지게 골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후사정이 너무 꼴보기 싫었던지라 무덤덤하더군요. 곧 개막하는 K리그도 설마 이렇지는 않겠죠? ;;;

      2007/03/01 01:39
  3. BlogIcon Kwan02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경기...
    참으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긴장감도 없었구요.......
    원래 제가 국가대표 경기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오늘은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주기에 충분한 경기력이더군요.

    하지만 K리그...
    절대 이렇지 않습니다.
    솔직히...국가대표의 어느 경기보다 재미있는 것이 K리그입니다.
    긴 시간동안 치뤄지는 리그인만큼 매경기 재미있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국가대표 경기보단 플레이 자체만으로는 더욱 재미있답니다.

    제가 K리그를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에구~
    뭔말을 쓰는건지...ㅋㅋㅋㅋ
    잘 둘러보고 갑니다~

    2007/03/01 02:03
    • BlogIcon EPL  수정/삭제

      블루 윙즈를 좋아했고 상암 경기장의 좌석 배치를 외울 정도의 관람 경험을 가진 저로서도 K리그의 재미는 잘 알고 있습니다. 종종 단편만을 보고 뭐가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긴하지만 열심히 뛴다는 사실은 EPL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3월달에 개막을 하고 케이블 TV에서도 중계횟수를 좀 더 늘린다니 K리그의 부흥에 대한 기대를 해봅니다. :)

      2007/03/01 02:13
  4. BlogIcon 노래의불꽃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동안 국대경기는 안볼생각입니다. 이건 뭐 축구경기를 보면서 즐기는게 아니라 축구경기를 보면서 스트레스가 팍팍 쌓이더군요...

    정말 나아지긴 할까요? 매번 월컵때만 버닝하는게 우리나라 국대라고 까대는 사람들에게 할말이 없더군요. 웬만하면 우리나라 편을 들어주는 제 입장에서도요.

    2007/03/01 19:25
    • BlogIcon EPL  수정/삭제

      자국 대표팀의 경기니, 아무래도 승부에 좀 더 집착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요즘에는 정말 승리에 대한 관심보다는 또 얼마나 죽을 쑬런지, 하는 생각으로 TV를 보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대표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할 듯 싶습니다. 계속 외국팀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 분명할텐데도 양 팀 간의 격차가 왜이리도 멀리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건지 말입니다...

      2007/03/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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