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09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 끝났다. 인터 밀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 그리고 첼시와 유벤투스가 맞붙은 이른바 빅 매치도 볼거리였지만, 그보다 더욱 재밌었던 것은 좀처럼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 득점왕 경쟁이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리오넬 메시, 라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루카 토니, 디디에 드록바, 엠마누엘 아데바요르.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할 것으로 지목되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수많은 선수들이 각자의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폭격기'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약진이다. 2006 독일 월드컵 득점왕에 빛나는 클로제는 스포르팅 리스본과의 지난 챔스 16강 1차전에서 팀의 5-0 완승을 돕는 한 골을 보태며 총 6골을 기록, 챔피언스리그 득점 순위 1위에 올라섰다. FC 포르투의 공격수 리산드로 로페즈 역시 클로제와 같은 6골을 기록했지만 출전시간 대비 효율은 클로제쪽이 더욱 뛰어났다.

득점 순위 3위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공격수 리오넬 메시에게로 돌아갔다. 챔스 득점 순위에 올라있는 선수들 가운데 출전시간 대비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메시는 고작 387분만을 소화했으면서도 무려 5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잇따라 석권하며 발롱도르까지 수상한 호날두의 그것에 버금가는 활약이다. 메시는 도움 부문에서도 6위(3도움)에 올라있다.

4위와 5위는 각각 리버풀의 영원한 캡틴 스티븐 제라드와 올림피크 리옹의 슈퍼스타 카림 벤제마의 몫이 됐다. 특히나 제라드는 431분 동안 출전해 5골을 터트리며 메시에 버금가는 고효율 축구를 선보였다. 유럽 빅 클럽들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는 벤제마 또한 제라드와 같은 5골을 기록하고 있다.

6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차지했다. 베르바토프는 284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챔스 무대를 밟았으면서도 총 4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경쟁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두었다. 득점 순위 3위의 메시가 77분마다 1골씩을 기록했다고 한다면 베르바토프는 71분마다 1골씩을 기록한 셈이다.

더욱 재밌는 것은 이들의 소속팀이 지난 1차전에서 거둔 성적이다. 1위 클로제의 소속팀인 바이에른 뮌헨은 포르투갈 원정에서 스포르팅 리스본을 5-0으로 완파했으며, 2위인 리산드로의 포르투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원정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3위인 메시와 5위인 벤제마는 각각 지난 1차전에서 만나 1-1 무승부를 기록했으며, 4위인 제라드는 스페인 원정에서 레알 마드리드라는 거함을 1-0으로 격침시켰다. 6위 베르바토프 또한 인터 밀란과의 쥬세페 메아짜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8강 진출의 불씨를 살려놓았다. 지난 1차전에서 만족스런 성적을 거둔 각 클럽 소속의 주전 공격수들이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며 치열한 '별들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이라는 것은 팬들 뿐만이 아니라 축구선수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 개인 타이틀로 통하고 있다. 에우제비우나 요한 크루이프, 게르트 뮐러, 미셸 플라티니 그리고 마르코 반 바스텐 같은 이른바 '레전드'들이 선수시절 거쳐간 곳이기 때문이다. '별들의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과거로부터 온 가장 값진 훈장' 정도라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챔피언스리그는 잠시 휴식기에 접어들었지만 득점왕 경쟁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리그로 되돌아가 그곳에서 경기 감각을 유지하며 조만간 다시 시작될 별들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름과 과거의 영상으로만 접했기에 조금은 낯선 레전드들을 시작으로 '반지의 제왕' 라울 곤잘레스, '득점기계' 안드레 셉첸코, 루드 반 니스텔루이, 알레산드로 펠 피에로,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등으로 이어지는 비교적 친근한 공격수들에 이르기까지. 챔피언스리그는 언제나 화제를 만들어내며 축구팬들을 열광시켜왔다.

올해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과연 그 어떤 선수가 우리들을 즐겁게 만들어줄까. 앞에서 열거한 여섯 명의 선수들이 그 후보로 가장 가능성 높은 인물이기는 하지만, 전혀 의외의 인물이 튀어나와 이런게 바로 축구의 묘미임을 상기시켜줄런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이 펼칠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은 한국시각으로 오는 3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펼쳐질 예정이다. 지루하고 걱정되면서도 설레이고 흥분되는 묘한 기다림이 아닐 수 없다.


2009년 3월 5일 현재 챔피언스리그 득점 순위


 순위선수소속팀  기록
01미로슬라프 클로제 바이에른 뮌헨 06골, 586분 출전
02리산드로 로페즈 포르투  06골, 630분 출전
03리오넬 메시 바르셀로나  05골, 387분 출전
04스티븐 제라드 리버풀  05골, 431분 출전
05카림 벤제마 올림피크 리옹05골, 621분 출전
06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04골, 284분 출전
07대니 쾨베르만스 아인트호벤  04골, 408분 출전
08자드손 샤흐타르  04골, 432분 출전
09알베르토 질라르디노 피오렌티나  04골, 531분 출전
10피에로 유벤투스  04골, 572분 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