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베르투의 페널티킥을 통한 아스널의 선취 득점, 그리고 마이클 에시앙의 동점골. 이 순간까지만 하더라도 무링요 감독의 머릿속에는 아스널을 잡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무너트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들어서 있었을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렇지만 스포츠에는 '무승부'라는 것이 있어 더 재미있는 법. 결국, 두 팀은 서로간의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1-1이라는 스코어로 경기를 끝냈지만 뒤돌아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무링요 감독의 등은 한없이 작아보였다. 그리고, 경기장 어디에선가 가슴을 졸이며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었을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역시 축처진 어깨를 어찌할 수 없었으리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6경기 28승 4무 4패 승점 88점, 첼시 36경기 24승 9무 3패 승점 81점. 첼시가 남아있는 두 경기 모두를 승리하더라도 첼시는 결코 맨유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되버렸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지난 토요일 경기 전부터 '아스널과 첼시의 경기를 보지 않을 것'이라며 은근히 무링요 감독의 속을 긁어놨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생각나는 이때에, 문득 무링요의 다음 시즌 거취에 대한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리그 2위 확정, 칼링컵 우승, 셉첸코와 발락의 부활. 첼시가 아닌 다른 팀이었다면 구단주로부터 질책은 커녕 칭찬만 들었을 무링요지만 첼시에서의 그의 입지는 그 어느때보다 좁다. 무엇보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의 사이가 소원한 것이 가장 큰 문제. 클린스만 전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하여 히딩크 감독에게 첼시 사장직과 감독직을 동시에 맡긴다는 구체적인 기사까지 나왔을 정도로 잉글랜드 언론은 물론이고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의 기자들까지 그의 거취에 대한 기사를 써댈 정도로 무링요 감독은 이미 이번 시즌 내내 힘겨운 외줄타기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첼시의 피터 케년 사장은 무링요를 버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스리그' 노래를 불렀던 사람이다. 진정한 강팀으로서의 첼시, 즉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으로서의 첼시를 바라고 무링요를 데리고 왔던 그가 아니던가. 그렇지만 무링요는 실패했고, 아브라모비치는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챔피언스리그라는 이번 시즌 최대의 '미션'에 실패했으면서 그 다음 '미션'격이었던 리그 우승에까지 실패한 무링요를 쉽게 용서할 로만이 아니다. 어쩌면 정말로, 우리는 다음 시즌의 첼시에서 무링요 감독의 빈자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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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oxer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링요가 뉴캐슬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물론 실현 가능성은 0라고 확신하지만요^^;

    2007/05/07 14:01
    • BlogIcon EPL  수정/삭제

      ^^; 만약 첼시 감독에서 물러난다면 어디로 갈지 그것도 참 화제가 될 것 같습니다. 프리미어리그보다도 다른 리그로 떠날 것 같은데... 일단 무링요 감독으로서는 에이전트에게 다른 그 어느팀과도 접촉하지 말라고 해놨다고 하니, 본인은 첼시에 좀 더 머물고 싶은가 봅니다.

      2007/05/07 18:22
  2. BlogIcon Rationale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버풀 팬으로서 라이벌의 수장이 경질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몇 가지나 되겠습니까만 무링요가 없는 EPL은 훨씬 더 재미가 없을 겁니다. 팀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무링요는 마음에 들거든요. 능력에 기반한 자신감은 참 보기 좋습니다. 생긴 것도 미중년이잖아요 :)

    2007/05/07 21:09
    • BlogIcon EPL  수정/삭제

      아스널과 비긴 직후에도 '너는 여름에 팀에서 쫓겨날거다'라고 야유하는 팬들에게 끝까지 손을 흔들며 박수로서 화답하는 그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 클립을 보니 좀 짠하네요. 프렌치코트와 함께 거친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하던 그의 모습이 그립기까지 합니다. ^^;

      2007/05/08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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