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추모식 도중 옆사람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TV에 잡힌 이탕제]

리버풀에서 후보로 뛰고 있는 한 골키퍼가 힐스보로 참사 20주기 추모식 도중 옆에 앉은 팀 동료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TV화면에 그대로 잡혀 한바탕 곤혹을 치르게 됐다.

사건의 주인공은 올해 26세인 프랑스 출신의 골키퍼 샤를 이탕제. 지난 2007년 프랑스 랑스를 떠나 리버풀에 입단한 이탕제는 15일(이하 현지시각) 안필드에서 열린 힐스보로 참사 20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해 팀 동료들과 함께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행사가 조금 지루했던 탓인지 이탕제는 곧 몸을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옆에 앉은 동료의 몸을 연달아 툭툭 치는 장난을 쳐 그 모습을 지켜본 주위 관중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장난'으로만 끝날 것 같았던 이탕제의 이러한 행동은 그러나 TV화면에 잡힌 그의 모습이 잉글랜드 현지의 리버풀 팬 포럼을 비롯한 방송국 등에까지 전해지며 논란으로 불거졌다. 축구계 최악의 사고로 기억되는 힐스보로 참사의, 그것도 20주기 추모식에서 나온 선수의 행동이라 그 비난과 비판의 강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리버풀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선수에게 14일 동안의 징계를 내린다고 선언했다. 이탕제의 행동에 대한 공식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경기장을 비롯한 훈련장 출입 또한 금지한다는 내용의 사전징계였다.

[사진=이탕제의 사과문이 실린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이탕제 역시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과 뿐이다. 미안하다. 죄송하다. 수천 번이고 내가 잘못했다"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 힐스보로 참사의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자신이 직접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탕제는 자신의 행동이 결코 20년 전에 일어난 끔찍한 참사에서 희생된 이들을 모욕하려는 뜻은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비록 실수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그러한 행동에 대한 일부의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힐스보로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식에서 보여준 그의 이번 행동은 그 이유와는 별개로 결코 쉽게 용서받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챔피언스리그 8강 경기과 힐스보로 참사 추모식 일정이 겹칠 것을 염려해 구단 관계자는 물론이고 주장인 스티븐 제라드까지 나서서 "부디 일정을 배려해달라"고 호소했던 리버풀은 이번 추모식을 앞두고 몇 개월 전부터 팬들에게 추모식 일정을 알리는 한편 희생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구단 차원의 애도의 뜻을 밝히는 등 상당한 공을 들여 참사 20주기 추모식에 대한 준비를 진행시켜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