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를 보다보면 유독 '챔피언십(Championship)'이라는 말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된다. 프리미어리그를 즐겨보는 축구팬이라면 그것이 무엇인지 금새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저거 우승팀을 일컫는 말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쉽상이다. 2부 리그, 혹은 챔피언십. 오늘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국시각으로 25일 자정 펼쳐진 2008-2009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미들즈브러의 챔피언십 강등이 확정됐다. 2부 리그로 내려가게 된 그들은 과연 어떤 환경에서 1부 리그로의 승격을 위한 고군분투를 펼치게 될까. 그것을 짐작하기 위해서는 일단 챔피언십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챔피언십 혹은 2부 리그 |
지난 2004년 '2부 리그(Divison One)'라는 다소 뻔한 이름을 버리고 '풋볼리그 챔피언십'으로 거듭난 현재의 챔피언십은 총 24개 팀이 각각 46경기씩을 치르는 다소 빡빡한 일정을 자랑한다. 잉글랜드와 웨일즈 클럽들이 참가하고 있는 챔피언십은 특히나 그것이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와 리그 1(3부 리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리즈 시절 ㅎㄷㄷ'이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만들어낸 리즈 유나이티드 역시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에서 잇따라 강등되는 아픔을 겪은 뒤 현재에는 리그 1으로까지 내려앉아 있으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아들인 대런 퍼거슨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 피터보로 유나이티드는 2년 연속 승격이라는 쾌속순항을 거듭하며 다음 시즌 챔피언십 승격을 확정지은 상황이다.
게다가, 다음 시즌부터는 이런 챔피언십에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미들즈브러까지 합세할 예정이라니 그렇지 않아도 피가 튀기는 2부 리그에서의 생존 경쟁은 이들의 가세로 더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 2부 리그 혹은 돌풍의 산실 |
이번 시즌 칼링컵에는 2부 리그에 소속되어 있는 더비 카운티와 번리가 나란히 4강에 올라와 축구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그들이 맞붙었던 상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비록 패배하기는 했지만 이들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을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는 경기를 펼쳐 축구팬들로 하여금 즐거운 탄성을 내지르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나 번리와 같은 경우에는 16강과 8강에서 각각 첼시와 아스날을 격파하고 4강에 오른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했다.
이외에도 승격 돌풍의 주역인 레딩과 리그 초반 빅4 구도를 깨트리며 혜성처럼 나타난 헐 시티 그리고 지난 시즌 FA 컵에서 첼시와 리버풀을 잇따라 격파한 뒤 4강에까지 오른 반즐리와 같은 챔피언십 클럽은 여전히 축구팬들의 머리속에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 슬픔 혹은 기쁨 |
그러나 2부 리그로 강등된다는 것은 곧 엄청난 슬픔과 손실을 야기한다. 서포터들은 물론이고 일반 축구팬들 역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아닐지라도 강등되는 팀에 대해서만큼은 한없이 감정적이 된다. 게다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챔피언십으로 내려간다는 것은 곧 최소 3000만 파운드 이상인 막대한 금액의 TV 중계권료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참고로 지난 시즌 리그에서 꼴찌를 기록하며 2부 리그로 내려간 더비 카운티의 TV 중계권료 수익은 무려 2910만 파운드였다.
이런 경제적 손실은 곧 주전선수들의 잇따른 이탈을 초래하기도 한다. 야망이 있는 선수들은 "조금 더 커다란 클럽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말로 자신의 이적을 포장하지만 그것은 결국 자신의 팀이 더이상 막대한 액수의 주급을 보장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음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듯 내가 좋아하는 팀을 더이상 프리미어리그와 TV에서 볼 수 없게 됐다는 슬픔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됐다는 상실감은 챔피언십으로 강등된 팀들을 가장 먼저 엄습하는 결코 유쾌하지 못한 손님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덕분인지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챔피언십으로 강등되는 팀들에게 향후 2년간 약 1150만 파운드씩의 구단 운영자금을 지원해준다. 공식적으로는 '승격 지원금'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이 자금은 그러나 선수 한 명의 이적에 2000만 파운드가 오가는 것에 더이상 낯설음을 느끼지 않게 된 오늘날의 축구계에서 결코 매력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금액이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이번에 강등이 확정된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지난 시즌 수익은 무려 1억 파운드였다.
| 장미빛 미래 혹은 암울한 추락 |
2부 리그로 강등된 이들 두 팀의 모습은 이제 FA 컵이나 칼링컵 같은 컵 대회 등을 통해서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어쩌면 다음 시즌에는 뉴캐슬과 미들즈브러가 2부 리그의 돌풍이 되어 각종 컵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이러한 장미빛 전망보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뉴캐슬과 미들즈브러의 강등에 프리미어리그의 수많은 클럽들이 지갑을 열고 선수 쇼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전선수들의 잇따른 팀 이탈을 막지 못한다면 이들 두 팀의 프리미어리그 복귀는 그만큼 멀어지고 힘겨워질 것이다.
어쩌면 이들의 생존경쟁이 이미 시작된 것은 아닐까. 언젠가 '승격팀'이라는 이름으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당당히 복귀할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미들즈브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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