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를 버림과 동시에, 맨유는 불안요소라는 폭탄을 떠안았다.

분명, 작년 이맘때 쯤의 맨유는 반 니스텔루이와 웨인 루니를 제외한 나머지 공격자원들의 부진은 물론, 팀의 전체적인 득점력 저하로 인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비록 시즌 종반에 접어들며 루이 사하의 움직임이 살아나고 팀 전체가 활기를 되찾으며 부활의 움직임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2005-2006 시즌 종료 후, 리그서 21골을 기록한 루드 반 니스텔루이를 쫓아버리고 루이 사하를 웨인 루니와 함께 주전 투톱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동안의 킬러' 솔샤르와 부상에서 회복한 앨런 스미스를 실전에 투입 가능한 전력으로서 가동하겠다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결정은 그때는 물론이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더라도 잘못된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2006-2007 시즌의 25경기가 치뤄지는 동안에 승점 60점을 챙기며 작년의 디펜딩 챔피언 첼시를 제치고 리그 1위에 올라있는 맨유의 입장에서는 '떠나간' 루드 반 니스텔루이라는 선수의 존재가 아쉽기는커녕, 1,500만 파운드를 주고 토트넘에서 데려온 마이클 캐릭의 영입자금을 위한 방책이었다는 자화자찬의 수단 정도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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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07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14골 2위, 웨인 루니 10골 6위
2005-2006 루드 반 니스텔루이 21골 2위 웨인 루니 16골 6위
2004-2005 웨인 루니 11골 14위(1위 25골 티에리 앙리)
2003-2004 루드 반 니스텔루이 20골 4위(1위 30골 티에리 앙리)
2002-2003 루드 반 니스텔루이 25골 1위, 폴 스콜스 14골 11위
2001-2002 루드 반 니스텔루이 23골 4위, 올레 군나르 솔샤르 16골 6위


루드 반 니스텔루이가 누군가. 2001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건너와 맨유에 입단한 후에 부상시기를 제외한 모든 시즌마다 20골 이상의 득점을 기록하며 맨유의 화력을 담당하던 당대 최고의 타겟맨이자 '득점수거자'(혹자는 '주워먹기의 제왕'이라고도 불렀다.)였던 선수가 아니던가. 하지만, 혜성처럼(?) 나타난 루이 사하에게 밀리기 시작하면서 시즌 막판, 때아닌 주전경쟁을 벌여야 했던 그로서는, 그동안 헌신했던 팀과의 인연을 끊어야 한다는 사실보다 매몰차게 자신을 저버린 구단과 감독에 대한 서운함이 앞섰을 것이다. 이런 그가 맨유와 올드 트래포드에 대한 저주를 퍼붓는다고 하더라도 누구 하나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맨유, 하지만 재난은 방심의 순간을 노린다.

오 늘 새벽에 있었던 리그 26라운드 경기가 모든 끝난 상황에서 다른 팀에 비해 한 경기를 덜 치른 맨유는 리그 2위인 첼시에 승점 3점차로 앞서있는 상태. 만약 내일 새벽에 있을 토트넘과의 일전에서 맨유가 승리를 거둔다면 2위 첼시와의 승점 차이는 6점으로 벌어지며 게다가, 이번 달에 예정되어 있는 찰튼과 풀럼이라는 약팀들과의 승부에서도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 그에서는 1위를 유지하고 있고, 호날두는 예상치 못했던 고득점 행진을 펼치고 있으며, 지난 이적시장에서 데려온 마이클 캐릭에 의해 안정된 중원은 회춘한 긱스와 부상에서 복귀한 박지성 등에 의해 더욱 탄탄해진데다 박지성과 함께 부상에서 복귀한 에인세의 가세로 더욱 탄탄해진 팀의 수비라인 등으로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맨유.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머리 위로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의 존재를 눈치 채고 있을까?

결국, 문제는 루드를 대신할 타겟맨의 부재다. 비록 이번 시즌에는 호날두(14골)와 루니(10골), 사하(8골), 그리고 솔샤르(6골)로 이어지는 맨유의 득점라인이 살아나며 팀을 이끌어가고 있는 상태지만, 이들의 득점행진이 잠시라도 주춤거린다면 맨유의 1위 수성은 당장에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더군다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난 시즌 종료 후에 루드를 내쫓으며 팬들을 안심시켰던 가장 큰 이유이자 그를 대신할 대안으로 점찍었던 루이 사하의 부진은 타겟맨의 부재라는 걱정을 이미 현실로 구현해 팀의 어깨에 얹혀놓은 상태다.


득점 패턴의 변화, 맨유는 타겟맨을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대비하지 않았을 맨유가 아니다. 이번 시즌의 트레블 달성을 지켜보라고 큰소리치는 퍼거슨 감독 역시 괜한 헛소리만 늘어놓을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맨유는 루드 반 니스텔루이라는 존재를, 타겟맨이라는 존재를 의도적으로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의 맨유가 구사했던 공격들을 떠올려보자. 그 정점에 서 있는 것은 항상 루드 반 니스텔루이라는 대형 타겟맨이었다. 포백라인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나, 미드필더진이 밀어준 볼은 물론, 맨유의 모든 공격은 항상 그를 중심으로 돌아갔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맨유는 어떤가. 조금 더 복잡하고, 예전에 비해 상대하기 더욱 힘들고 짜증 나는 팀이 돼버렸다. 호날두와 박지성, 긱스 등으로 대표되는 멀티 플레이어들의 활발한 움직임은 공격진들에게 수비에 대한 부담을 떨쳐주었고, 비디치와 네빌로 대표되는 포백라인은 강력한 크로스로 무장해 기존의 타겟맨이라는 '점'에 대한 공격을 미드필더와 공격진에게 떨궈주는 '공간'에 대한 공격으로 바꿔놓았다. 바야흐로, 지난 시즌 동안 퍼거슨 감독 자신이 누누이 언급했던 팀의 재정비를 마치고 새롭게 펼쳐진 맨유의 신세기인 것이다.

물론, 타겟맨의 부재라는 짐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맨유를 괴롭힐 골칫거리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팬들로 하여금 그들의 팀에 대한 안심을 느끼게 만든 까닭은, 그동안 잘 다듬어지고 정비되어 기름칠까지 마친 퍼거슨 감독만의 스쿼드 시스템이 자아낸 멋진 성과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가 감히 지금의 맨유를 노장들의 허덕이는 체력과 함께 지쳐가는 팀이라고 비난하는가. 새롭게 되찾은 맨유의 전성기가 지금도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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