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번전에서의 활약, 이후의 의문스러운 결장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AS 로마와의 원정 경기 명단이 발표되자 국내의 축구팬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며칠 전 블랙번과의 리그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멋진 활약을 펼쳐보였 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의 이름이 명단에 올라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런저런 억측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박지성이 부상을 당했다느니, 역시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신뢰하지 않는다느니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이른바 '
박지성과 마이클 오웬의 빅딜'이었다. 맨유가 공격수 마이클 오웬을 데려오는 대신에 뉴캐슬에
박지성과 현금을 얹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측은 그 출처가 맨유의 팬 포럼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신뢰를 얻으며 퍼져나갔다. 하지만, 경기를 위해 로마로 날아간 알렉스스 퍼거슨 감독은 "
박지성이 부상을 당해 데려올 수가 없었다"며 항간의 소문을 일축했고, 결국 맨유는 4월 중순이 되어서야
박지성의 수술 소식을 팬들에게 알렸다. 그가 미국으로 날아가 오른쪽 무릎의 연골 재생 수술을 받게 될 거라는 내용이었다.
박지성의 무릎 수술, 9개월간의 '끔찍한' 재활에 돌입
박지성은 이미 언론과의 지난 인터뷰를 통해 재활 과정의 '끔찍함'을 토로한 바 있다. 차라리 경기장에서 뛰는 것이 낫지, 재활은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결국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재활을 무려 9개월 동안이나 실시하게 된다. 미국의 리차드 스테드먼 박사로부터 오른쪽 무릎의 연골 재생 수술을 받은 뒤의 일이다.
이후,
박지성은 구단으로부터 휴가를 받아 우리나라로 되돌아왔다. 어머님이 해주는 음식이 그리웠다던
박지성은 비록 맨유의 아시아투어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FC 서울과의 친선전에는 그 모습을 드러내 많은 축구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고, 결국 지난해 12월 자신의 길고 외로웠던 재활을 마치고 그라운드에 복귀한다.
그라운드로 돌아온 박지성, 로마와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다
지난해 12월 27일,
박지성은 선더랜드와의 리그 경기에서 팀이 앞서고 있던 후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무려 270일만의 일이었다. 이후에도
박지성은 버밍엄 시티, 레딩, 포츠머스와의 경기에 잇따라 출전하며 그의 복귀를 기다리던 국내 축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박지성은 이후에도 지난 4월 벌어진 아스날과의 리그 경기에 당당히 선발로 그 이름을 올렸다.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퍼거슨 감독이 그를 기용하지 않는다며 애써
박지성을 폄하하던 이들의 코가 납작해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월 1일 벌어진 풀럼과의 경기에서 드디어 시즌 첫 골을 터트린 것이다. 첫 골을 기록한
박지성은, 그러나 이후 3경기에 연속으로 결장하며 축구팬들의 우려를 샀다. 하지만, 4월이 되자 상황은 곧 반전되었다. 시즌 내내 주전으로 기용되던 라이언 긱스와 루이스 나니가 빠지고 대신에
박지성이 출전 명단에 그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4월 2일 AS 로마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시작으로 4월 내내 선발 출전의 기록을 이어나간
박지성은, 이후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1, 2차전에 모두 선발로 출전하며 팀의 챔스 결승행을 이끌었다. 특히나
박지성은 바르샤와의 챔피언스리그 2차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 영국 언론으로부터 평점 9점을 부여받았기도 했했다. 이날 경기에 출전한 양 팀 선수들 가운데 단연 돋보였다는 평가와 함께였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그리고 아쉬움
박지성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모두 12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8경기를 선발로 나섰고 4경기를 교체로 출전했으니, 9달 동안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던 선수로서는 제법 훌륭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국내의 축구팬들은 이런
박지성에게 조금 더 많은 것을 기대했다. 바로 '아시아 선수 최초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이라는 타이틀이었다. 지난 AS 로마나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만 보면 이것은 거의 따놓은 당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맨유의 챔스 우승과 함께 그 가운데 당당히 서 있는
박지성의 모습도 예상해볼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경기 당일 전혀 의외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박지성의 이름이 출전 명단에 아예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끝난 후, 영국 <스카이 스포츠>의 한 기자는 국내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
박지성의 이름이 빠진 출전 명단을 보고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라고.
맨유는 결국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유럽 무대의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국내의 축구팬들은 그 가운데서 어딘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박지성의 모습을 발견했다. 평소에도 절친한 사이로 잘 알려진 에브라가 건내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참으로 아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유니폼 팔러 왔느냐" 소리 듣던 박지성, 이제는 당당히 맨유의 일원으로
챔스 결승전 결장만 빼놓고 본다면,
박지성의 지난 시즌은 그야말로 '대박' 그 자체였다. 리그에서 2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메달까지 목에 걸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재활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변함없는 경기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지난 2005년 맨유로의 입단이 확정되자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의 축구팬들로부터 "아스날의 이나모토처럼 유니폼이나 팔러 가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단지 선수의 기량에 대한 불신이라고 하기에는 유럽 무대에서 처참히 실패한 아시아 선수들의 전철이 있었기에 마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던 비난이고, 그리고 비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영국의 언론들은 이제 더이상
박지성의 선발 출전을 '깜짝 선발'이라고 부르지 않게 되었고, 맨유의 팬들 사이에서도
박지성의 경기 출전을 예상하는 일이 더이상 '억측'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
박지성의 맨유', '맨유의
박지성'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요즘이고, 그리고 그의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요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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